수면과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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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11:56조회수
1323수면과 정신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쌍방향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면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신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정신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수면 양상이 함께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특히 정신과적 질환 중 일부는 다른 질환들에 비해서 수면 문제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과 우울증
흔히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약 90%는 수면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불면증이나 과수면증
환자에게서는 일반인에 비해 주요 우울 장애를 앓게 될 가능성이 약 10배나 높다고 합니다. 이렇듯 우울증과 수면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요 우울 장애의 진단 기준에 불면증 혹은 과수면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주요 우울 장애에서 나타나는 수면 문제는 자살 사고
및 자살 시도와도 연관이 되어 있으며, 치료에 대한 느린 반응과 잦은 재발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이 있는 경우 수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 우울 장애에 동반된 수면의 문제는 항우울제 치료만으로 약 20-44% 가량은
호전된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이외의 경우 수면에 대한 호전을 목적으로 추가적인 수면제 치료 혹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등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수면과 조울증
조울증 또한 수면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진 질병입니다. 조울증은 들뜬 기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조증과 우울, 무기력을 주
증상으로 하는 우울증이 모두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의미하는데요, 조증 혹은 우울증 증상이 일정 기간
존재하다 호전되고, 다시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의 증상을 삽화(episode) 라고 부릅니다. 조울증 중 조증 삽화에서는 수면에
대한 요구량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반대로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 삽화의 경우 주요 우울장애에서
나타나는 수면 양상과 비교하였을 때 과수면이 나타나는 양상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 부족이 있을
경우 조증 삽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또한 있기도 합니다. 추가적으로 조울증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수면 문제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 (delayed sleep phase syndrome) 입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란 올빼미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리듬의 문제를 의미하는데요, 이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욱 강한 조울증 성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또한,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가진 조울증 환자들에게 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살 사고, 충동성이 높게 나타난 바 있기 때문에 수면 리듬에 대한 조절이 필요합니다.
수면과 불안
불안은 수면 문제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걱정과 불안은 결과적으로 인체의 각성을 가져와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수면의 문제가 심해지면 이로 인해 다시 불안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속되는 불안을 주 증상으로 하는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잠에 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잠이 들어도 여러 번 깨며, 깬 뒤에는 다시 잠들기가 어려운 증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면증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범불안장애에 걸릴 확률이 두 배 가량 높기도 합니다. 불안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가 수면 문제를 호전되게 할 수도 있으며, 잠과
관련된 불안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주 치료
요소 중 하나는 이러한 잠과 관련된 불안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수면과 치매
최근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불면증, 수면 부족 혹은 과수면은 심혈관 질환 유병률, 사망률, 그리고 치매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약 2배 이상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짧게 자거나 길게 자는 것 또한 위험합니다. 평균 수면시간이 7~9시간 사이인 사람들의 치매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6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거나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경우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늘어납니다. 2021년 발표된, 약 8000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수면 시간과 치매 발생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에 따르면 50~60대에 6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한 사람들은 정상 수면을 취한 사람들에 비해 약 30% 이상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치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7-9시간 사이의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박경미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