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수면의학회

꿈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잠을 자기 시작하면 두뇌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들어서지만 대신 꿈이라는 생리적인 현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꿈이란 잠지는 사람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저절로 진전되는 이야기 내용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수면의 시작

꿈은 수면이 진행되면서 중추신경 내부의 흥분성이 저하되고 뇌의 여러 영역에서 생기는 흥분들이 유기적으로 전달되지 못해 결과적으로 뇌의 통일화된 활동상태가 해체되는 해리상태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입니다. 잠이 들자마자 꾸는 꿈의 내용은 줄거리가 짧은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을 깨우면 꿈을 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즉 꿈이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가는 것입니다. 내용을 가장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꿈은 REM수면 (REM: Rapid Eye Movement)이라는 시기에 꾸게 됩니다. 이 시기는 잠을 자면서 저절로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게 되므로 REM 수면이라 불리는데, 꿈이 잘 기억되기 때문에 꿈수면이라고도 합니다. 이 시기 동안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며 숨도 가빠지고 혈압도 오르지만 근육의 활동성은 마비된채로 남아 있는 특이한 생리적인 상태가 유지됩니다. 대개 70-80% 정도의 꿈은 이런 REM 수면 기간 중에 꾸게 되며 나머지 10-20% 정도의 꿈은 NREM 수면이라는 시기 동안 꾸게 됩니다. REM 수면은 전체 잠자는 시간 중 매우 짧은 시간(대개 하룻밤 수면에서 1시간 30분 정도 내외)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시간보다는 꾸지 않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꿈을 많이 꾸는 REM 수면의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나거나 혹은 자면서 꿈이 너무 많아지면 잠을 푹 못 자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꿈의 내용에 있어 그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남직한 줄거리를 담고 있는 경우도 않지만, 약 30% 정도에서는 도저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황당한 줄거리나 시공간의 한계를 마구 뛰어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이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을 꿈을 꾸는 그 순간에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마치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지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꿈 속에서 자각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너무 많이 꾼다고 보고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꿈을 꾸는 빈도에 있어 개인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는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꿈을 꾸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REM 수면이 끝나자마자 억지로 잠을 깨워서 물어보면 꿈을 기억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꿈에 대한 기억은 매우 미약해서 잠에서 깬 직후에는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다가도 한 두 시간만 지나면 그런 기억들이 매우 희미해져 버리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하지만 꿈을 기억하는 능력도 꿈을 기억하려는 시도가 반복됨에 따라 점차 향상될 수 있습니다.

꿈의 정신분석학적인 측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꿈의 해석”에서 꿈은 마음 속의 무의식적인 요소가 잠을 자는 동안 표출되는 것이며, 따라서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꿈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는 의식하기 두려운 내용을 무의식 속으로 억압하는데, 잠이 들면 이러한 억압의 수준이 약화되면서 무의식적으로 두려운 요소들이 의식 세계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원래의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왜곡되어 변형된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꿈이라는 것입니다. 즉 무의식적 내용과 현실 세계의 내용들이 투사(投射), 융합(融合)ㆍ치환(置換) ㆍ상징(象徵) 등의 마음 속 과정을 통하여 변형되어 꿈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심리적인 보상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의식생활에서 너무 도덕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의 경우엔 무의식적으로는 매우 부도덕하고 게으른 측면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억압된 무의식적 측면들이 꿈을 통해 경험되면서 심리적인 불균형 상태가 일부 보상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꿈들은 예시적인 기능도 있어서 특정한 꿈의 경우는 무의식이 꿈을 통하여 그 사람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꿈이 무의식으로부터 전해지는 메시지인데 원래의 내용이 왜곡되는 변형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자가 한 개인의 정신세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꿈에 숨어 있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나중에 기억되는 꿈의 내용이 원래 내용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꿈을 이루는 요소들은 꿈꾼 사람의 의식세계에서는 쉽게 파악되지 않는 여러 가지 무의식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대개는 그 개인의 유년기 경험이나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소망이나 충동들을 반영합니다. 이런 요소를 파헤치기 위해 프로이트는 자유연상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 꿈을 꾼 사람은 꿈의 여러 상징으로 인해 촉발된 사고와 감정, 연상 등의 흐름을 자유롭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는 자유연상을 통하여 질투나 분노, 증오, 욕정과 같이 다양한 억압된 감정들을 벗겨내면서 꿈을 해석하였습니다.

우리는 항상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징과 굴절을 통해 다양하게 변형된 옷을 입고 나타나는 꿈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중에는 꿈에 관한 여러 가지의 해몽서들이 나와 있지만 이것은 대개 보편적인 상징을 통해 꿈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일 뿐, 각 개인의 꿈을 그대로 하나하나 풀이해 놓은 해몽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상징을 통한 꿈 해몽이란 예를 들어 꿈에서 대변이나 돼지를 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운세다라는 식의 아무런 논리적인 근거가 없이, 단지 전통적인 관습에 근거한 단순한 해석을 말합니다. 사실 모든 꿈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어떤 해몽의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며, 같은 꿈을 꾸었다 하더라도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 다르면 그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꿈은 미신에 불과하고 꿈 해몽은 점쟁이나 역술인들이 하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에는 다양한 심리적 속성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개인의 무의식이 잘 반영되는 정신활동이기에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 가치는 적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만, 정확한 꿈 해석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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