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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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11:58조회수
1685환자분들이나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생각보다 카페인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일 오전 9시, 오후 5시에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인데 요즘 들어 새벽 1~2시가 되어야 잠이 오더라”는 호소를 하면서도 저녁이 다 되어 마시는 커피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페인은 흥분제 내지 각성제입니다. 카페인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잠드는 시각이 늦어지고 수면 시간이 줄어들며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많이들 경험적으로 섭취 후 대개 15분 내외에 각성작용이 시작되고 1시간쯤 지나면 집중도 잘 되고 효과가 좋다고 느끼다보니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1~2시간만 작용하고 몸에서 빠져나갈 거라고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성인에서도 카페인의 반감기(약물의 농도가 초기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는 보통 5시간으로 간주됩니다. 카페인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에 경우에 따라 10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요. 카페인에 예민한 분들은 커피를 아침에 한잔만 마셔도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에 수면욕구를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이 축적됩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구조가 비슷한데, 카페인이 체내에 흡수되면 아데노신이 붙어야 할 자리(아데노신
수용체)를 대신 차지함으로써 뇌가 피곤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잠을 쫓습니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 차이는 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카페인 간의 결합도가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거니와,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죠.
개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잠들기 8~9시간 이전부터는 카페인이 든 식품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은 수면위생을 위한 기본 원칙입니다. 참고로 커피 외에도 에너지 드링크, 콜라, 녹차, 아이스티 등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김우정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